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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T에서 만난 풍경들-3어느덧 일상이 되어 지나칠 뻔한 그 감정
    글, 사진 일러스트 신혜현 / CDT 하이커 | 승인2017.03.03 16:28
    걷기 시작한 지 89일째 되던 날. 드디어 절반 (약 2,500km)을 걸어 와이오밍에 도착 . 콜로라도는 정말 오르락내리락의 무한 반복이었다 . 3,000~4,400m 높이를 매일 같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조금만 걸어도 금방 숨이 찼고, 잠을 자다가 가슴이 답답해져 깨기도 했다. 몸이 맘처럼 따라주지 않아 많이 힘들었던 콜로라도도 조금씩 익숙해져 가며 나는 어느새 50% 지점에 서 있었다 . 

     

    ‘콜로라도’와 ‘와이오밍’의 경계에서

    ‘벌써 절반을 지나왔다니...!’ 하지만 ‘걷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내 감정마저도 이런 상황에 적응을 한 듯했다 .분명 벅찰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사 진 몇 장을 찍은 뒤 바로 다시 걷기 시작 했다 . 기분이 이상했다 . 그냥 익숙 했다 . ‘캐나다 국경에 도착할 때도 지금이랑 비슷하겠지...?’ 약간의 허무한 감정과 수많은 생각들을 안고 와이오밍을 걷기 시작한 나는 며칠 뒤, 정말 소중한 선물 같은 분을 만났다 .

     

    찢어진 신발, 몇 번을 꿰매서 신은 양말, '찢어져 손바 절반이 드러나 보이는 장갑, 큰 도시에 갔을 때 ‘ 나한테 냄새나는 것 같아...’ 하던' 부끄러움까지. 큰 도시에 가면 부끄러워질 수 있는 그런 모습이지만, 이 길을  다시 걷지 않는 이상 느낄 수 없는 이 모든 것들이 좋다

     

     

    “젊은 친구가 이렇게 긴 도전을 한다는 사실이 너무 대견하다 ”라고 말씀해주시며, 정성이 듬뿍 들어간 음식과 걸으며 먹을 수 있는 간식까지. 정말 든든하게 챙겨주셨다 . 반갑게 맞아주신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한데, 평생 잊지 못할 선물까지 안겨주셨다 .내가 걸어온 그 길을 하늘 위에서 바라볼 수있도록,작은 경비행기를 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신 것이다 . 하늘에서 내가 걸어온 그 길을 내려 보는데 정말 믿어 지지가 않았다.그림자 없는 사막, 쓰러져 있는 나무들, 그 사이로 구불구불 희미하게 보이는 좁은 길.끝이 보이지 않는 길.그 길 위로,그곳을 걷고 있는 아주 작은 내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한 발 한 발 조금씩 걸어 이곳 까지 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지...?’ 스스로 대견해지는 순간이었다 .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 장면을 눈에 담아 내기 위해 눈물을 계속 훔치면서도 그 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 그렇게 계속 바라보면서 속으로 계속 나를 다독였다 . ‘정말 잘했어! 잘 하고 있어! 정말 대견하다! 남은 길도 잘할 수 있어!’  3,100마일(약 5,000km)을 모두 걸은뒤,이 길의 끝에 섰을때내가 걸어온 길을 하늘에서 바라 보던 그날 그때의 장면이 또다시 생각날 것 같다 .앞으로도,몇년,몇십 년 뒤에도 평생 나에게 힘이 될 그 장면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말. 

     

    2016년 8월 12일 일기 중에서 (콜로라도에서 쓴 일기) 

     

    익숙하지만 특별한(Familiar But Special)  종이에 크레파스(Oil pastel on paper), 297×210 mm 

     

    진심 가득한 복한 표정으로 아침인사를 건네던 한 사람. “Today Is Very Beautiful Day. Enjoy Your Beautiful Day!!” 깊은 산속에서 잠시 스쳐 지나간 그 사람의 한마디로 내 하루가 특별해졌다 . 그 인사와 함께 떠오르기 시작한 아침 해가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고, 그날 하루가 더 아름답게 다가왔다 . 너무나 익숙해서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그 무언가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순간, 그날 하루가 특별해진다 .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 작은 한마디로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 그 날 하루가 특별해진다 . 

     

     

    수원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신혜현은

    등산 및 등산로 달리기(Trail Running)를 즐기던 그녀는 서른이 되기 전에 새로운 삶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으로 뉴멕시코에서 출발해 콜로라도, 와이오밍, 아이다호, 몬태나 주 등을 거쳐 캐나 국경에 이르는 3,100마일의 CDT(Continental Divide Trail)를 선택했다. 사막과 높은 산이 있어 최저고도 3,900피트에서 최고고도는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운 14,270 피트에 달하는 난코스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 2016년 5월 미국에 도착했으며, 뉴멕시코를 출발해 하루 30km 이상을 걸었다 . 트레킹 도중에 만나거나 도움을 받은 사람들과 코스 주변의 풍경에 기록하고 그것을 작품화하여 시애틀 다운타운에 소재한 A/NT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 이 후 월간 마운틴을 통해 작품을 싣고 기고를 이어가고 있다 . 

     

     

     


    글, 사진 일러스트 신혜현 / CDT 하이커  emountain@emount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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