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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봉의 늡다리 일기우리집 전화선은 말 그대로 생명선이다 .
    글, 사진 김필봉 / 자연인 | 승인2017.03.03 15:49

    우리집 전화선은 말 그대로 생명선이다 .
    휴대폰이 안 터지기 때문에 외부로 연락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선이다 .
    선이 끊긴 상태에서 나에게 급작스레 무슨 일이 생기거나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 골든타임은 고사하고 그대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늪다리에 사는 운명이자 현실이고 내 바람이기도 하다 

    전화선이 끊어지면 민박 예약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산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특히 집에 손님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 
    우리 집 전화선이 또 끊어졌다 . 산돼지들 짓이리라. 망할 놈의 돼지새끼들... 우리집 전화선은 군대에서 쓰는 ‘삐삐선’이다 .
    아무리 우리 집이 등기부등본이 있는 허가 난 건물이라고는 하지만, 혼자 사는 나를 위해 그 먼 데까지 전화선을 깔아줄 kt가 아니 다. 그래서 서울 청계천에서 삐삐선을 구해 내가 직접 깔았었다 . 거리를 줄이기 위해 직선으로 깔다보니 선을 이으러 가는 길은 너덜 밭과 절벽이 많아 길이 많이 험하다 . 내가 웬만해선 늡다리에 들어와 사는 것에 대해 후회를 안 하는 편인데, 오늘처럼 끊어진 선을 찾아 봉우리를 네 번이나 오르내리고 나면 욕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다 . 
    만약에, 내가 여기서 급작스레 죽는다면 내 죽음이 아랫마을 사람들에게까지 알려 지는 데는 최소 10일 정도가 걸릴 것 같다 . 그것도 운이 좋으면 말이다 . 요즘처럼 올라오는 사람이 뜸할 때는 보름정도를 예상한다 . 내가 속옷만큼은 깨끗하게 입고 사는 이유.내 죽음을 경찰관들이 올라와 확인해주고 나면, 그 다음에는 누가 나를 아랫마을까지 지고 내려갈 것인가? 119대원들은 시체를 운반해주지 않는다 . 그렇다고 우리 마을에는 나를 지고 내려갈 만한 장정도 없다 . 방법은 딱 하나. 늡다리 내 땅 어딘가에 묻힐 수밖에. 그럴 가능성이 아주 많다 . 이것이 늡다리에 사는 나의 운명이자 현실이고 내 바람이기도 하다 . 

    치마 입고 올라온 여자 손님 
    전화선을 따라 집에 도착하자 6시쯤이었다 . 온다던 손님이 도착할 시간은 훨씬 지났는데 아직이다 . 날은 이미 어두워져 별이 총총이다. 여자 혼자 온다고 해서 더 걱정이다. 이럴 때는 휴대폰이 터지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 휴대폰으로 어디쯤 오고 있느냐고 물어보면 그만인 것을. 밤 8시쯤 헤드램프를 챙겨 마중을 나갔다 .우리 집은 계곡 안으로 일단 들어오면 휴대폰이 먹통이 된다 . 그래서 무턱대고 마중을 나 갈 수가 없다 . 하지만 오늘은 마중을 나가봐야 할 것 같다 . 밤도 깊어가고 게다가 여자 혼자다 . 마중을 나간 지 10분 만에 ‘살짝고개’ 밑에서 여자 손님을 만났다 . 불빛도 없이 걸어 오고 있었다 . 배낭 안에 있어야 할 헤드램프가 없어져서 휴대폰 불빛을 아껴가며 오던 중 이라고 했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 여자 손님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 일터에서 바로 출발을 한 탓에 옷을 갈아 입을 시간이 없었다고 . 우리 집에 올라오는 보통의 손님들하고는 좀 달랐다 . ‘NK세포’가 넘쳐날 것 같 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 충북 영동 민주지 산자락에 살고 있다고 . 민주지산 야간산행을 좋아해서 이런 길쯤은 아무것도 아니란다 . 암튼 그 여자 손님은 2박3일 동안 칠선녀바위에서 목청껏 노래도 부르고 책도 보면서 ‘아 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다 내려갔다 . 늡다리를 제대로 이용하고 내려간 것이다 . 밤눈이 내린다 . 내일은 늦잠을 자도 되는 이유가 생겼다. 눈이 좀 많이 와서 샘에 물이라도 좀 찼으면 좋겠지만 그리 많이 올 눈은 아닌것 같다. 올겨울에는 눈이 깨작깨작 내려 샘이 마를 정도다. 눈이 오면 오는 대로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산에 기대어 자연의 눈치를 보면서 사는 나에게 날씨는 절대적이다 .

    2박3일 동안 칠선녀바위에서 목청껏 노래도 부르고 책도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다 내려갔다 . 

    오늘은 내 맘이 좀 허우룩하다 . 날씨 탓이 아니다 . 친구 하나가 암에 걸렸 는 소식을 전해 들어서다 .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친구만큼은 암하고는 무관할 줄 알았다 . 그래서 더 괘씸 하다 . 온몸을 근육으로 무장한 그 친구는 백두대간은 물론 전국에 안 가본 산이 없을 정도 로 주말마다 산행을 하던 친구였다 . 그런 친구가 말기 암 판정을 받고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 화나게 한다 . 오감을 이용해 등산을 하면 NK세포의 수를 늘릴 수 있다고 한다. 여럿이 줄지어 오르는 등산보다는 혼자나 둘 정도로 스틱보다는 두 손을 이용하고 무엇보다 자연의 소름 돋는 소리를 들으면서 오르는 산이 좋다고. 그러려면 사람 많은 산보다는 한적한 등산로가 좋을것 같다. 

    멀다고 여자 손님들이 안오는 것이 아니다 . 남자들 보다 더 좋아한다 . 

    어떤 이는 죽고,어떤 이는 살고 
    암에 걸린 그 친구에게 나는 이런 내 경험을 말해주고 싶다.“친구야! 암에 걸린 사람이 자연치유로 살아 보겠다고 산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 그런데 어떤 이는 살아서 제발로 걸어 내려오고,어떤 이는 애쓴 보람도 없이 죽음을 맞이하기도해.왜 그럴까?내가 보기에는 산 생활의 방법에 차이가 있었던것 같아.실패한 사람은 요양원 프로그램처럼 편하게 산 생활을 했었다는 거야. 물론 운이 좋은 사람도 있었지. 하지만 성공한 사람은 ‘오감’을 열어놓고 원초적인 산 생활을 했어. 스틱 대신 손을 이용하고, 귀를 열어 자연의 소름 돋는 소리를 들었던거야. 그렇게 육감적인 산 생활 를 하다보면 NK세포의 수가 증가하고, 증가한 만큼 암세포가 잡아 먹히는 자연스런 원리인거지. 물론 유전자의 힘이 더 세면 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조금이라도 마지막을 늦출 수는 있었던 거야.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내가 지켜보니까 그렇더라구. 물론 당사자인 친구가 나보다 더 잘알겠지만,우선 의사를 믿어.친구 몸 상태를 가장 잘아는 전문가야.누가 암에 좋다고 먹어보라고 주는 버섯이나 약초 같은,간에 부담을 주는 그런거 먹지마. NK세포를 늘리는데 도움이 안 된다고.” 참  아이러니한 것은 건강한 사람이 암에 걸리면 세포가 더 빨리 퍼지는 모양이다 .친구의경우가 그렇다 . 

    ‘자연인 연습'을 하러 오는 늡다리
    세상살이가 팍팍한 모양이다 . 산에 들어와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니. 우리집에도 뜬금없이 그런 남자들이 찾아온다.
    텔레비전에서 산속생활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것도 한몫을 하고 있는 듯했다 . 저번 달에 인천에서 왔다는 도깨비 같은 두 남자도이런 류의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늡다리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하루 4시간 노동을 해주면 방값을 받지 않기로 했었다 . 기간은 최소 일주일 단위였다 . 지금까지 ‘자연인 연습’(?)을 하러 온 사람은 세 명이었다 .그중 가장 오래 버틴사람이3박4일.3년전 그남자는4일째 되던 날 시장을 보러 내려가서 아직 오질 않고 있다 .가장 빨리 포기하고 내려간 사람은 스님이었다. 올라 오자마자 물 한 잔 먹고 바로 내려갔다 . 부부싸움을 하고 늡다리로 도망온 그 남자는 삼일째 되던 날 결국 부인의 손에끌려 내려가고 말았다 .부인이 어떻게 늡다리를 알고 찾아 왔는지는 지금도 수수께끼 . 늡다리에서 하는 일은 별게 없었다 .나무내리기와 짐 져 올리는 것이 전부였다 .자연인에 대한 환상을 확실하게 깨준 셈이었다 . 어찌 생각하면 그 사람들은 지금쯤 나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글, 사진 김필봉 / 자연인  emountain@emount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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