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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악스키] 스키 위에서 인생의 행복을 느끼다카자흐스탄 알마티 침블락 스키투어
    강정국_대한산악스키협회 이사 | 승인2017.01.09 11:16
    카자흐스탄의 눈부신 설사면을 활강하며 산악스키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겨울이 짧은 국내에서 스키 알피니즘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스키와 등반은 불가분의 관계다. 과거 산악인들이 즐기던 스키는 알피니즘을 실현하기 위한 적설기 등반용 산악스키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1975년 강원도 평창에 스키장이 건설되면서 스키는 등산문화와 관련이 없는 흥미위주의 스포츠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아직도 겨울철 스키를 즐기는 산악인들은 많지만, 스키를 등반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산악인은 거의 없다. 국내의 많은 등산학교에서도 산을 내려오는 즐거움은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스키알퍼(Ski Alper)가 되면, 가파른 다운힐을 힘들게 오른 뒤 활강을 하며 짜릿한 즐거움을 즐길 수 있다.

     

    눈을 찾아 카자흐스탄으로 떠나다

    지난해 11월 초, 스키장 오픈 소식이 들리면서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지난 여름을 이겨내고 가을을 견딘 스키를 창고에서 꺼내 스키 베이스의 왁싱을 벗겨내고 에지의 날카로움을 확인했다. 빙벽등반을 위해 피크의 각을 세우는 경건함과 유사한 일이다.

    우리들은 12월 2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침블락(Shymbulak) 스키장으로 출발했다. 단순히 스키장에서 스키를 즐길 생각이었다면 거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침블락 스키장은 중국,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나라에 걸쳐 솟은 7000미터급 천산(Tian Shan) 산맥 중간에 위치한 3000미터급 스키장이다. 베이스는 2200미터, 슬로프가 닿을 수 있는 최고 높이는 3200미터다. 4500미터까지 업힐(Up Hill)이 가능하며, 정상 누르술탄(Nursultan) 피크 4376미터까지 다양한 형태의 등반이 가능하다. 정상부 주변에는 만년 빙하 2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누워 있어 빙벽을 오르는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침블락 스키장의 모습. 천산산맥 중간에 위치한 3000미터급 침블락 스키장의 베이스는 2200미터, 슬로프가 닿을 수 있는 최고 높이는 3200미터다.

    스키등반을 즐기러 떠난 20명의 스키알퍼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6시간이 소요되며,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약 40분이면 도착한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시차는 3시간이며, 카자흐스탄의 환율은 100텡게(KZT)에 360원 정도이다. 이 수치는 현재 카자흐스탄의 화폐 가치가 매우 하락해 경제에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여행객들에게는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하루 빨리 카자흐스탄의 경제가 회복되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카자흐스탄에서 스키등반을 즐길 수 있어서 좋은 이중적인 마음이 들었다.

    이번 카자흐스탄 침블락 스키장에는 전체 66명의 알파인스키어와 스키알퍼가 함께했다. 많은 인원에 카자흐스탄 교민들이 놀랄 정도였다. 일행 중에는 과거 칸텡그리(Kantengry) 등반을 위해 이미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 선배도 있었다. 많은 인원이 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호텔에 도착했다.

    산악스키 장비는 기본적으로 알파인스키와 다르다. 산을 오를 수 있는 장비는 프리힐(Free Heel) 스키로, 텔레마크 스키와 알파인투어링 스키가 이에 해당한다. 애초 스키는 산을 오를 수 있는 도구로 개발되었으나, 최근에는 다운힐에 익숙해져 오르는 기능을 상실했다. 하지만, 우리들은 오르는 즐거움과 내려오는 즐거움을 동시에 만끽하고자 스킨을 따로 준비했다. 스킨은 미세한 털이 한쪽 방향으로 나 있어 산을 오를 때 순방향으로 털이 밀리면서 산을 오를 수 있게 해주는 장비다. 설면에 서 있을 때에는 털이 역방향으로 걸리기 때문에 뒤로 밀리지 않는다. 스키알퍼에게 스킨은 생명이다.

    전날 내린 많은 눈으로 슬로프 상단의 리프트는 눈사태 위험으로 운행을 멈췄다. 그 너머로 보이는 눈 쌓인 천산산맥이 보란 듯이 우리를 유혹했다. 저 산을 향해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키알퍼에게 정설된 스키장의 슬로프는 다람쥐 쳇바퀴같이 너무 좁은 공간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낯설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카자흐스탄에서 무작정 나서는 것은 위험이 따른다. 결국 우리는 현지 가이드를 섭외하여 더 넓은 정설되지 않은 슬로프를 찾아 나섰다.

    길을 따라 펼쳐지는 천산산맥의 멋진 설경.

     

    자연 설산을 산악스키로 누비다

    다음 날 아침, 가이드는 3대의 지프차를 몰고 호텔 앞에 도착했다. 우리는 지프차에 올라 누르술탄 피크의 반대 설사면으로 이동했다.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였지만 지프차가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이 쌓여 있었다. 결국 가능한 부분까지만 지프차로 이동해 본격적으로 업힐을 시작하려 했으나, 이번에는 제설작업이 되지 않은 도로가 우리의 진행을 방해했다. 하지만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 지프차에서 내려 스키에 스킨을 장착하고 각자 출발했다.

    스키장이 아닌 자연 설사면을 느끼기 위해 지프차를 타고 출발점까지 가는 길. 하지만, 높게 쌓인 눈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았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코스모 스테이션(Cosmo Station)으로, 카자흐스탄 군부대를 통과하고 2시간을 업힐해 마을에 도착하는 코스였다. 출발점 부근은 마치 외부 세계와 단절된 듯 폐가로 변한 집들이 많았고, 몇몇 마을 주민들은 밖으로 나와 힘겹게 눈을 치우고 있었다.

    출발점 부근은 마치 외부 세계와 단절된 듯 폐가로 변한 집들이 많았다.

    스키등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로 설정이다. 그만큼 리더의 역할도 중요하다. 스키등반의 경로는 대부분 킥턴(Kick Turns)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만약 경험이 없는 리더가 불필요한 경로를 설정해 진행한다면 팀원들은 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전체 등반일정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한계령 옛길처럼 굽이돌아 있는 길은 직선으로 스트라이딩(Striding)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하면 발목이 필요 이상으로 꺾이면서 그만큼 에너지소비가 늘어나게 된다. 우리가 스키로 산을 오르는 궁극적인 목적은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한 것인데, 오히려 스키가 등반에 방해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렇기 때문에, 스키등반에서 경로 설정은 경험이 많은 리더가 수행해야 한다. 또한, 팀원들의 체력적인 한계를 충분히 고려하여 경로를 설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도로에 눈이 쌓여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자 결국 지프차에서 내려 스키를 신고 올라가야 했다.
    코스모 스테이션까지 가는 길. 정강이까지 오는 눈밭을 가르며 한참을 올랐다.

    한참 스킨등반을 해 도착한 코스모 스테이션은 그저 고갯마루에 지나지 않았지만 누구 하나 불만을 터뜨린 사람은 없었다. 계속 오를 수 있는 체력도 남아 있었지만, 코스모 스테이션에서 일정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제 내려가는 즐거움을 만끽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려가는 순간의 쾌락은 그동안 힘들게 오른 즐거움에 대한 보상이다.

    산악스키에서 내려가는 순간의 쾌락은 힘들게 오른 즐거움에 대한 보상이다.

    이번 침블락 스키투어를 통해 그동안 국내의 정설된 슬로프에서 익힌 기술을 정설되지 않은 설사면에서 능숙하게 스키를 조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또한, 4박6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3월중 다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를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산을 힘겹게 오르면서 느끼는 행복과 내려오는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이번 스키투어였다.

    코스모 스테이션의 스키 안내도.

    강정국_대한산악스키협회 이사  emountain@emount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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