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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클립스> 루벤 크라바, “남들과 다른 스키 사진을 찍고자 했을 뿐”울주세계산악영화제-인터뷰①
    곽정혜 객원기자 | 승인2016.11.23 16:27

    루벤 크라바(Leuben Krabbe, 24세)를 인터뷰 대상자로 선정한 이유는 딱 하나. 울주를 찾은 외국인 손님 명단 중 유일하게 배우(Actor)로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산악영화를 찍는 감독들이야 그 이유가 빤할 테지만, 이런 영화에 출연하는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예상이 빗나갔다. 그는 영화를 위해 섭외한 배우가 아니라, 영화를 기획한 설계자였다. 개기일식 중에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장면을 찍겠다는 건 스키 전문 사진가(Ski Photographer)인 그의 계획이었고, ‘끝내주는’ 그의 아이디어에 여러 스키어들과 영화제작팀이 따라붙어서 영화가 완성된 것이다. 그렇다고 기자의 선택이 아주 틀린 건 아니었다. 어쨌거나 그는 영화 안에서 배우로 몹시 충실하니까.

     

    루벤 크라바는 영화를 통해 개인의 꿈을 이룬 건 기쁘지만, 그것이 가능하도록 도와준 친구들 모두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사진 임덕용.

    Q  개기일식 중에 스키를 찍으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
    K  어릴 때부터 스키를 타왔다. 스키는 내가 가장 열정을 바쳐서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진 또한 마찬가지다. 15살에 아버지의 카메라를 들고 나가 친구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사진을 찍으면서 스키가 더 좋아졌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스키 포토그래퍼로 일하기 시작해 21살에 오로라 속에서 스키를 타는 사진을 찍어서 유명세를 탔다. 그 이후로 남들과 다른 스키 사진을 찍는 일에 몰두해왔다. 스키 사진을 찍는 사람이 무척 많기 때문에 나만의 정체성을 찾아야 했다. 그러다가 개기일식을 떠올렸다. 이클립스(Eclipse)라는 이름이 주는 아름답고 우아한 느낌이 좋았다. 개기일식은 일생 동안 세 번 밖에 볼 수 없다고 하는데, 그 기회를 잡고 싶기도 했다.

    Q  영화에서는 북극의 기후변화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던데,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이었나?
    K  해가 나오는 시간이 짧고 흐린 날이 많아서 전자장비들의 배터리를 충전하는 일이 가장 고역이었다. 북극 마을의 숙소에서도 묵은 적이 있는데 전압이 약해 충전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사진촬영에 사용되는 배터리들은 항상 품속에 넣어 보관했다. 노트북이 방전되는 걸 막으려고 오븐에 살짝 데웠다가 망가뜨린 일도 있다. 다시 생각해도 속상하다.

    Q  촬영대상지로의 이동 중에 첨단 장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만약 인간의 힘으로만 하고자 했다면 당신의 프로젝트는 성공했을까?
    K  가능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과정이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아마 시간과 비용도 더 많이 들고, 북극곰의 위협이나 크레바스 등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었을지도 모른다. 빠른 이동을 위해 사용되었던 장비들은 그 모든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도움이었다고 생각한다.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내 인공폭포에서 요가자세를 취하고 있는 루벤 크라바. 자신이 방문하는 모든 곳에서 요상한 요가자세로 사진을 찍는 게 그의 취미다

    Q  개기일식 순간을 포착하는 게 천문학적인 지식 없이 가능한 일인가?
    K  물론 과학적인 요소에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놔야 하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내가 가진 창의적인 면을 살려 좋은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했다. 영화에서는 이런 고민을 하는 내가 굉장한 사람으로 묘사되는데(영화 초반부에 동행한 스키어들이 그를 두고 “천재 중의 천재”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온다), 나는 천재가 아니다.

    Q  당신에게는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하나는 북극의 멋진 산에서 스키를 타는 것, 또 하나는 개기일식 순간을 포착하는 것. 만약 두 가지 모두를 성공할 수 없다면 어느 것에 더 중점을 두려고 했나?
    K  스키에 대해서는 실패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해 개기일식을 기다리는 3주 동안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확인하고 또 성공했다. 그렇지만 개기일식에 대해서는 내내 노심초사했다. 만약 내 실력이 부족해서 이 프로젝트를 실패했다면 나 자신에게 무척 화가 나고 실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날씨가 흐리거나 구름이 끼는 등 어쩔 수 없는 자연환경으로 인해 실패했다면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였을 것 같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우리는 성공을 했고, 그래서 무척 기쁘다.

    Q  영화에 다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가 있나?
    K  이 영화를 통해 꿈을 이룰 수 있어서 무척 행복하다. 그리고 내 꿈을 위해 기꺼이 도움을 준 동료들에게 고맙다. 그들에게는 큰 빚을 진 기분이다. 우리 10명이 그곳에서 한 몸처럼 단합된 것은 너무 멋진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개기일식 중에 세 명이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데, 솔직히 말해 누가 누군지 아직도 구분을 못 한다. 하지만 그건 아무 상관없다. 우리 모두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관객들도 그렇게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Q  개기일식이 일어난 순간 많이 울었다.
    K  실패할 수도 있는 일에 도전을 하는 것 자체는 무척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나만 바라보고 있는 친구들을 보는 게 부담도 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았다. 개기일식이 일어나기 이틀 전쯤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고, 스키 사진을 찍는 일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감정소모가 심했다. 개기일식이 일어났을 땐 행복하다기보다 안심이 되었다. 모든 일이 다 끝났을 땐 그저 눈 위에 드러누워 쉬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K  석 달 전부터 내 첫 단편영화를 찍고 있다. 서바이벌에 관한 이야기로 제목은 ‘무적(Invincible)’이다. 사진을 찍은 게 영화 제작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겨울 무렵에는 알래스카에 가서 스키를 더 많이 탈 생각이다. 북극에서는 사진을 찍기 위해 스키를 탔지만, 알래스카에서는 사진보다 스키에 더 집중할 생각이다. 그리고 앞으로 스키를 타기 위해 클라이밍을 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알파인 클라이밍에 도전해볼 용의도 있다. ⓜ

    <이클립스>는 어떤 영화?

    스키 전문 사진가 루벤 크라바는 평생에 세 번 정도만 포착 가능한 완벽한 개기일식의 순간에 스키로 활강하는 사진을 찍겠다는 근사한 계획을 세운다. 이 소식을 들은 촬영 팀은 전문 스키어들을 모아 한겨울에 북극으로 향한다. 기후변화로 비가 추적추적 내려 지구 최북단의 마을에 발이 묶이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크레바스에 빠지기도 하면서 고생하는 대원들. 그러나 일식이 끝나기 전 태양의 실루엣 가운데로 지나가는 스키어를 찍는 그 찰나의 순간으로 모든 고생의 시간을 보상받는다. 
    이 영화의 감독인 안소니 보넬로(Anthony Bonello)는 b4apres media의 창립자로, 그가 독립적으로 감독하고 제작한 영화들은 30개국에서 상영되고 수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이클립스> 또한 2015 밴프국제산악영화제 베스트 스노우영화상, 2015 켄달산악영화제 베스트 시각영화상, 2016 뉴욕와일드영화제 베스트 어드벤처영화상을 수상했다.

     


    곽정혜 객원기자  tothetop5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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