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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은 곧 문화다"울주세계산악영화제-라인홀트 메스너 기자회견
    곽정혜 객원기자, 사진 권상진 기자 | 승인2016.11.23 15:35
    10월 1일 오전 10시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2층 프레스룸에서 열린 라인홀트 메스너 기자회견.

     

    제1회 울주 국제산악영화제에 특별 귀빈으로 초대된 라인홀트 메스너가 10월 1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행사에서 메스너는 “전 세계적으로 영화제는 많지만 그 중 밴프영화제(Banff Mountain Film Festival)와 트렌토영화제(Trento Mountain Film Festival)는 특별하다. 그 이유는 ‘알피니즘’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알피니즘은 단순한 육체활동이 아니며, 그 속엔 철학이 담겨 있다. 1786년 몽블랑이 등정된 이후 인류는 200년이 넘게 산악활동을 이어왔다.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젊은 국가(Young Country)라고 생각한다. 알피니즘이 어떠한 과정으로 진화했는지 이해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면, 밴프나 트렌토 같은 훌륭한 영화제로 성장해 나가리라 믿는다”고 덕담을 전했다. 이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Q  단독으로 등반을 하면서 고독을 어떻게 이겨냈나?
    M 알프스, 히말라야, 안데스 등 전 세계를 다니며 지금껏 3500여회 산을 올랐다. 언제나 혼자서 간 건 아니고 몇몇 친구들이 있었다. 고독을 이겨내기 위해 한두 번은 완전 혼자서 가기도 했다. 에베레스트를 등반할 때도 그랬다. ‘고독’이라는 것은 언제나 인간에게 큰 고민거리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그 고독을 이겨내는 연습을 했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다. 언젠가는 죽고, 죽을 땐 혼자다. 고산등반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과도 같다. 
     
    Q  진정한 산악영화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M 산악영화제는 문화적인 행사가 되어야 한다. 등반을 한다는 것, 그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보여준다는 것은 심오한 문화 활동이다. 
    나는 이제 왕성한 산악활동은 하지 않는다. 대신 산에 관련된 박물관(MMM, Messner Mountain Museum) 6개를 운영하고 있다. 산악인이라기보다 ‘스토리텔러(Story teller)’라 할 수 있고, 육체적 활동보다는 산악문화에 관심이 더 많다.
    산을 오르는 행위자체보다는 산을 오르며 느끼는 감정이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등산은 산과 인간이 관계를 맺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산에 올랐을 때 인간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산은 그 자리에 그냥 있을 뿐 인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그곳을 오름으로써 어떠한 변화를 느끼고 깨닫는 것이다. 영화나 서적을 통해 그러한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런 감정을 공유하고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영화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메스너는 기자들의 질문에 진지하고 충실하게 답했다.
     
    Q  지금까지 당신이 펴낸 67~68권의 책 중 26권이 한국에서 번역·출간되었다. 이런 한국인들의 노력을 어떻게 생각하나?
    M 내 책이 한국에 그렇게 많이 소개된 줄 솔직히 잘 몰랐다. 기쁘다. 산에 대한 내 철학과 관점에 대해 한국인들도 공감할거라 생각한다. 1970년 이후 히말라야에서 한국인들을 만났고, 당시 한국원정대의 비극을 옆에서 지켜보았다.(1972년 한국 제2차 마나슬루 원정대) 나 역시 그때 친구 두 명을 잃어서 같은 슬픔을 나누었다. 이제 한국인들은 등반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 유럽인들과 대등한 히말라야 등반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10년에는 오은선이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8천미터급 14개봉을 오르기도 했다. 
     
    Q  최근 발표한 책에 대해 소개 좀 해 달라.
    M 두 명의 알피니즘 학자와 함께 책을 냈다. 인간이 산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지, 200여년  동안 그 방식과 태도가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다루었다. 단순하게 등반의 역사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주요 산악인들이 등반을 하면서 겪고 느낀 일들에 관해 썼다. 
     
    Q  인간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목숨을 빼앗길 수도 있는 행위를 추구하는 존재다. 도대체 왜 인류는 탐험이라는 것을 계속 한다고 보는가?
    M 사실 인간은 유일하게 등반(Climbing)을 하는 존재는 아니다. 그러나 유일하게 상향지향성(上向指向性)을 가진 존재다. 인간은 수천 년 동안 본능적으로 더 위로, 더 나은 것을 지향해왔다. 불가능을 정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가능에 가까워지기 위한 행위였다. 만약 그런 행위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 석기시대를 살고 있을 것이다. 
    알피니스트들의 등반행위는 일반 대중에게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고산등반은 필요에 의해서 하는 일이 아니다. 그냥 가능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대자연을 감당해야 하는 이런 탐험에 대해 일반인들은 위험하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런 이유 때문에 알피니스트들을 존중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메스너의 방한을 위해 이탈리아 그리벨 사에서 특별 제작한 피켈과 카라비너 .
     
    Q  한국정부는 지금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영남알프스를 비롯한 전국 37개 산에 케이블카를 세우려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것이 산을 오르는 정당한 방법(by fair means)라고 생각하는가?
    M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오르는 건 등산이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산악관광을 위한 케이블카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등반과 관광은 구분되어야 한다. 산악관광을 위해서는 케이블카를 포함한 인프라가 필요하지만, 그것은 알피니스트를 위한 것은 아니다. 알피니스트들이 가는 길은 달라야 하고, 그들이 가는 길에는 인프라 자체가 필요치 않다.  
    산악관광이라는 개념은 알프스에서 시작되었다. 현재 알프스에서 1600만명이 산악관광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관광산업이 없었다면 그들은 큰 곤란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산악관광은 극히 작은 부분에만 할애하고, 큰 부분은 산악인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도 이 부분을 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관광을 위한 개발은 작은 지역으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산악인들이 책임 있게 활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악단체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산악관광을 위한 인프라가 전혀 없는 것도 문제고, 넘치는 것도 문제다. 이 두 문제에 대해 눈을 떠야 한다. 
    ‘정당한 방법으로(By fair means)’라는 개념은 내가 처음 말한 것이 아니라 영국의 등반가인 알버트 프레드릭 머메리가 1890년대부터 주창해온 것이다. 머메리 이후로도 많은 산악인들이 인공구조물(또는 보조용구)을 이용해 산을 오르는 데 반대목소리를 내왔다. 관광을 위해 산을 오르는 건 등반이 아니다. 그러나 이젠 히말라야나 알프스에서도 산악관광이 성행하고 있다. 요즘 산악인들은 알피니즘에 대한 고민을 덜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 나의 여섯 번째 박물관에서는 ‘알피니즘은 어디로 갔나?’라는 주제로 전시를 하고 있다. 단지 산에 오르기만 하는 것은 알피니즘이 아니며, 오르는 과정에서 느끼고 체험하는 모든 것과 거기서 나오는 문화가 곧 알피니즘이다.
    기자회견 후 신장열 울주군수(제일 오른쪽), 박재동 추진위원장과 핸드프린팅 등의 행사를 가졌다.
    1시간여 진행된 기자회견 후 메스너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주최한 신장열 울주군수, 박재동 추진위원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이탈리아 그리벨 사에서 특별 제작한 피켈과 카라비너 등 기념품을 교환했다. 이어 핸드프린팅과 사인을 남기는 행사를 가진 뒤 다음 일정을 위해 바삐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곽정혜 객원기자, 사진 권상진 기자  tothetop5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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