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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의 산은 거짓이다” 알피니스트의 민낯을 보라영화 <알피니스트> 감독 임일진, 김민철이 말하는 우리 산악계의 민낯과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이영준 편집인 | 승인2016.10.03 12:06

    여기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알피니스트. 그는 여러분이 상상하도 못하는 희박한 공기의 세계, 죽음의 지대를 넘나드는 사람. 그는 “산은 신이 허락할 뿐”이라는 오도송을 남기며 저 높고도 고귀한 세계로 나아간다. 가슴엔 태극기를 달고. 누더기처럼 붙어있는 수많은 와펜들도 함께.

    영화 <알피니스트>는 산악인 출신 감독 임일진(한국외대산악회)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차례의 히말라야 원정대에 참여해 촬영한 것으로 이번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제작지원을 받아 완성됐다. 개봉하자 200여 석 전석이 매진되었고 영화를 본 사람들로부터 입담과 화제에 휩싸였다. 김형일, 서성호 두 사람의 죽음을 기록한 장면을 두고 불편하다는 시선과 꼭 해야할 일을 했다는 시선이 뒤섞여 있다. 임일진 감독과 김민철 감독은 “지금까지의 히말라야 원정대 모습과 산악인을 둘러싼 이미지는 모두 거짓이었다”고 말한다.

     

    영화 <알피니스트>를 제작한 김민철 피디(왼쪽)와 임일진 감독.

    영화를 왜 만들었나?

    임일진 : 2009년부터 히말라야 원정대에 따라가 촬영한 것들이다. 당시 촬영분은 방송에도 나왔지만 그와 또 다른, 방송에서 볼 수 없는 면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도 어릴 적부터 산에 다니며 알피니스트라는 타이틀을 갖고 싶었지만 결국 지금은 산 주변에 서성이는 사람이 되었다. 그동안 가슴 속에 맺힌 것, 응어리가 있었는데 이렇게라도 안 풀면 안될 것 같았다.

    김민철 : 임 감독이 그전에 영상을 보여주며 이런 말을 했다. “이거 만들어야 계속 산에 갈 수 있다. 꼭 만들어야 아들 얼굴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화면이 너무 염세적이고 비판적이다보니 임 감독이 자기파괴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받았다. 과연 무엇이 임 감독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 궁금증에 합류하게 됐다.

     

    죽은 사람을 팔았다는 말들이 있는데?

    임일진 : 좋다. 그들도 당시 나를 샀다. 나를 고용해서 자신들을 홍보하고 스폰서를 알리고 유명해지는 데에 사용했다. 나 또한 그들을 이용할 수 있다. 제작 전 유가족들을 찾아가 설명을 드리고 동의를 얻었다. 유족들도 나의 생각을 존중해줬다. 우리는 너무 죽음을 신성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산이 아니더라도.

     

    연출된 장면들인가?

    김민철 : 다큐는 연출이 안 들어간 날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영상은 카메라를 선택하는 순간부터 연출이다. 어떤 렌즈를 사용할 것인가, 어떤 구도로 찍을 것인가 판단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은 성우가 내레이션을 하며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보여지는 영상들만이 다큐인줄 알고 있었다.

     

    임일진 : 그들이 나를 왜 히말라야에 데리고 갔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일반적인 방송용 영상이 필요했다면 다른 사람들도 많은데. 등정의 환희 속에는 죽음의 어두운 면이 함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촬영하며 한 번도 눈치 보지 않았다. 알피니스트의 내면에는 절망과 후회도 있는 것이다. 난 희망을 찍으며 절망도 함께 찍었다. 산악인들은 결국 지금까지 서로 거짓말을 해왔다. 원정을 다녀오면 톱니바퀴처럼 서로 그 거짓말을 지탱하며 대중들과 만났다. 산을 신성시하게 되면 그 산을 오르는 산악인 또한 신성시된다. 그러나 그건 가짜다. 예전에 이영준 기자가 쓴 무세중 선생 인터뷰 기사에서 영감을 받아 처음엔 제목을 ‘너희의 산은 거짓이다’로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김 감독과 상의 끝에 대중에게 다가가기에 적절하지 못하겠다는 판단에 <알피니스트>로 하기로 했다.

     

    영화가 흥행할 거라고 보나?

    임일진 : 이번 영화제에서 200석 전석 매진되었다. 가장 많은 관객이 들어왔다. 고무적인 일이다. 이제 배급사에서 배급투자를 받는 일이 남았다. 하지만 그전 산악영화들처럼 몇 군데서만 개봉하는 건 원치않는다. 관객들이 많이 볼 수 있는 조건에서 개봉하고 싶다. 목표는 10만 관객이다. 흥행을 하면 출연자들과 유족들에게도 좀 두둑히 챙겨주고싶다. 지금 네팔에서 등반 중인 김창호에게 연락을 받았다. 네가 할 일을 했다고, 꼭 성공하라고 하더라.

     

    이번 영화제를 바라본 느낌은?

    김민철 : 문경산악영화제를 비롯해 몇 번 산악영화제가 열렸지만 천편일률적이었다. 영화제가 아니라 상영회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처럼 제작지원을 받은 영화들이 있었기에 그전에 비해 콘텐츠가 다양해진 것은 맞다. <알피니스트> 후반작업을 위해 네팔에도 다녀오고 외국에서 유명한 음악감독을 초청해 두 달간 같이 지내며 영화음악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영화제 또한 전형적인 천민자본주의가 발달한 사회의 풍경이란 생각이다. 그 하이라이트는 개막식에서 메스너 가면을 쓰고 엉덩이를 흔드는 모습에서 나왔다. 나는 2~30대를 네덜란드에서 지내며 우리에게 ‘OEM(주문자 생산방식) 멘탈리티’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아무리 잘해도 외국인들이 잘했다고 해야 잘한 줄 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영화제에서 개막작을 외국 영화로 한 것도 그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주최측에서는 줄곧 밴프와 트렌토 산악영화제를 묶어 세계 3대 산악영화제에 들 것이라고 하는데 그게 왜 3대가 되어야 하나. 1등하지. 기자들과도 인터뷰를 많이 했지만 아무도 핵심을 묻지 않았다. 으레 해야할 질문을 적어와 읽듯 물어보는 기자도 있었다. 그냥 웃는 모습으로 촬영에 임하곤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비판적 지지를 할 수밖에 없다. 지원을 받았으니까.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지속될 수 있으면 좋겠다.

     

    영화제가 끝나면 계획은?

    임일진 : 잣 따는 일을 하기로 했다. 일당이 30만원이다. 알피니스트 안치영과 같이 한다. 이제 돈이 다 떨어졌다. 영화 개봉까지 버텨야한다.

     

    <알피니스트>는 어떤 영화?

    영화 <알피니스트>의 한 장면.

    <알피니스트>는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임일진 감독이 카메라맨으로 참가한 네 번의 히말라야 원정을 배경으로 “알파인 스타일 신루트 개척”, “무산소 에베레스트 원정” 등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극단적인 도전과 이 과정에서 벌어진 산악인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알피니스트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 작품이다.

    임일진 감독 특유의 시적이면서도 선굵은 히말라야 영상들과 김형일, 서성호 등 작고한 산악인들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한 미공개 희귀영상들을 포함하고 있는 영화 <알피니스트>는 작년 울주 서밋 최종 지원작으로 선정되어 관심을 집중시켰으며, 벨기에 출신의 음악감독 등 국내외 실력파 스텝들이 참여하는 등 작품성 뿐 아니라 상업영화에 뒤지지 않는 상업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알피니스트>는 전작 <벽>으로 아시아 최초 트렌토 산악 영화제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산”과 “산악인”을 주제로 독보적인 영상세계를 구축해 온 임일진 감독과 <달팽이의 별>로 암스테르담 국제 영화제에서 국내최초로 대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 영화계에서 꾸준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김민철 프로듀서가 극장개봉을 전제로 만든 최초의 장편 산악다큐 영화로 올 겨울 전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작품 정보]

    출연: 김형일, 서성호, 장지명, 민준영, 김창호, 오영훈, 안치영, 김팔봉, 임일진 등

    연출 및 각본: 임일진, 김민철

    편집: 조슬예

    음악: Andreas Miranda

    제작: 민치앤필름

    러닝타임: 83분

    개봉: 2016년 겨울 (예정)


    이영준 편집인  mtblue20@emount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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